지난 1월 충남 태안에서 소아당뇨로 불리는 ‘1형 당뇨’를 앓던 9살 딸과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구적인 식습관 때문에 주로 발생하는 2형 성인 당뇨와 달리 1형 소아 당뇨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발생한다. 평생 완치가 되지 않고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관리도 힘들다.

인슐린 펌프는 1형 당뇨 환자에게 자동으로 인슐린을 몸에 넣어주는 기기이다. 보건복지부도 태안 사건 이후 인슐린 펌프 같은 당뇨 의료기기에 대한 환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하다. 인슐린 펌프도 완벽하지 않다. 인슐린을 언제, 얼마나 투여할지 자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자가 알아서 자신의 식사량이나 식단을 체크하고, 인슐린 투약량을 결정하는 불편한 방식이다.

박성민 큐어스트림 대표 겸 포스텍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큐어스트림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공췌장 시스템으로 자동 혈당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딥테크 스타트업이다./남강호 기자
박성민 큐어스트림 대표 겸 포스텍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큐어스트림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공췌장 시스템으로 자동 혈당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딥테크 스타트업이다./남강호 기자

국내 600만명에 달하는 당뇨 환자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차린 교수가 있다. 박성민 포항공대(포스텍) 혁신의료솔루션연구실 교수는 2019년 당뇨 환자를 위해 인공췌장 시스템을 만드는 큐어스트림을 창업했다. 회사는 5년 동안 기술을 개발한 끝에 오는 8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탐색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탐색 임상시험은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큐어스트림의 인공췌장 시스템은 기존의 기기와 어떻게 다른 걸까. 박 교수는 연속혈당계와 인슐린 펌프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인슐린 주입 알고리즘이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7년에 인공지능(AI)의 학습능력을 이용해 인슐린 주입양 결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바로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며 “가상의 1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AI 알고리즘의 학습 결과를 대입해본 결과 하루 평균 89.56%의 정상혈당 범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2021년 의료정보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IEEE JBHI’에 발표했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의 의료기기 회사들도 가상임상시험에서 70~80% 수준에 그치던 상황이었다. 박 교수 연구진이 훨씬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여준 것이다. 박 교수는 “가상임상시험에서 최악의 조건을 시뮬레이션(가상실험)하기 위해 당뇨 환자의 개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인슐린 저항성을 계속 바꿔가면서 시험을 진행했다”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건 알고리즘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도 충분한 성능과 안전성을 보여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큐어스트림은 기존 인슐린 펌프보다 크기를 줄이고 가격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휴대폰 정도 크기의 인슐린 펌프를 허리춤에 차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큐어스트림이 개발한 새로운 펌프는 두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박 교수는 “기존 인슐린 펌프는 튜브가 길고 무겁고 불편했는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스마트폰으로 조작이 가능해져서 펌프에 달려 있던 기계부품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큐어스트림의 인공췌장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튜브 대신 작은 주사기 같은 침으로 인슐린을 주입한다.

크기가 줄면서 가격도 떨어졌다. 다른 회사가 만든 패치형 인슐린 펌프는 한 대 가격이 6만원 정도다. 패치는 나흘 정도면 교체해야 한다. 1년에 100대 가까이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슐린 펌프 비용만 1년에 600만원 수준이다. 박 교수는 “재사용 부품과 소모성 부품을 나눈 덕분에 기존 패치형 펌프보다 가격을 4분의 1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며 “당뇨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보다 빠르게 인공췌장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직접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미국에 있을 때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에서 자기공명영상(MRI)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이식형 심장박동기를 만드는 연구를 이끌었다. 메드트로닉에서 시니어 사이언티스트와 R&D(연구개발) 매니저를 지내며 이식형 의료기기 개발과 상용화를 이끈 경험이 인공췌장 시스템 개발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박 교수는 포스텍 교수로 부임하기 전인 2014년에는 삼성전자(78,300원 ▲ 600 0.77%) 무선사업부에서 디지털헬스 사업을 맡기도 했다.

박성민 큐어스트림 대표 겸 포스텍 교수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마친 뒤 혈당관리용 인슐린 주입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큐어스트림이 만든 인공췌장 시스템은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당뇨 환자의 혈당을 자동으로 측정해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주입해주는 시스템이다./남강호 기자
박성민 큐어스트림 대표 겸 포스텍 교수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마친 뒤 혈당관리용 인슐린 주입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큐어스트림이 만든 인공췌장 시스템은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당뇨 환자의 혈당을 자동으로 측정해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주입해주는 시스템이다./남강호 기자

박 교수는 “삼성전자에서는 보험사나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업 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맡았다”며 “이를 통해 연구개발 사업 같은 기획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용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큐어스트림이 개발한 인공췌장 시스템은 언제쯤 실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까. 박 교수는 탐색 임상이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환자에게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당뇨 의료기기 시장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선진국만큼 보험수가가 많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 당뇨 환자의 숫자가 적은 게 아닌 만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