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 코로나 백신보다 개발이 늦어 퍼스트(first·최초)는 아니지만 변이 바이러스까지 막는 베스트(best·최고)는 되겠다”고 말했다. 옆에 보이는 것은 DNA 모형으로, 제넥신은 D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 코로나 백신보다 개발이 늦어 퍼스트(first·최초)는 아니지만 변이 바이러스까지 막는 베스트(best·최고)는 되겠다”고 말했다. 옆에 보이는 것은 DNA 모형으로, 제넥신은 D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최초가 아니면 최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실패가 오히려 더 강력한 백신을 만들 자산이 됐습니다.”

성영철(65) 제넥신 회장은 최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분기에 DNA 방식 코로나 백신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올 하반기에는 조건부 허가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넥신은 지난달 26일부터 세브란스병원 등 6개 기관에서 1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했다.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 업체 중에는 가장 빠른 속도이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해외 임상 2·3상 승인 신청도 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접종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넥신 백신이 나와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성 회장은 “해외에서 나온 코로나 백신은 빠르게 개발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우리는 후발 주자의 이점을 살려 지금껏 나온 문제를 해결한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지난해 초만 해도 해외 업체와 개발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임상 1상 시험에서 해외 백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계속 해봐야 기존 백신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제넥신의 주가는 8% 가까이 급락했다.

성 회장은 과감하게 원점으로 돌아가 재도전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출신인 성 회장은 학자답게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분석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기존 백신은 효능이 떨어집니다. 우리는 늦은 김에 변이 바이러스에도 쓸 수 있는 백신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돋은 스파이크 단백질로 인체 세포에 결합한다. 기존 코로나 백신은 이 스파이크나 해당 유전자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그런데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 스파이크가 바뀐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백신 효능이 떨어지고 있다.

제넥신은 백신 DNA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유전자와 함께 돌연변이가 거의 없는 바이러스 안쪽 단백질 유전자도 추가했다. 기존 코로나 백신은 스파이크에 달라붙는 항체를 유도해 감염을 막지만, 제넥신 백신은 항체와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인 T세포도 대량 유도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도 지난달 기본 백신의 주력 무기인 항체 단백질 대신 T세포가 변이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iframe width="100%" height="100%" class="ip-engine"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scrolling="no" vspace="0" hspace="0" style="transition:opacity 1s cubic-bezier(0.4, 0, 1, 1); margin-top: 0px; visibility: visible; position: relative; z-index: 1; box-sizing: border-box; opacity: 1; will-change: opacity; object-fit: cover;"></iframe>

제넥신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년 넘게 DNA 백신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넥신은 최근 자사의 자궁경부암 DNA 백신을 미국 머크사의 면역항암제와 함께 쓰면 치료 효과가 크게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전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가 25조원에 달해 제넥신 백신의 전망도 밝다.

제넥신은 항암제를 겸한 코로나 치료제도 개발해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2상 중이다. 지난달 해외 제약사에 1조원대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코로나가 제넥신의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된 셈이다.

성 회장은 1999년 포스텍 학내 벤처기업으로 제넥신을 창업해 현재 시가총액 2조4000억원대의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대학의 연구가 논문으로만 끝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직접 신약을 끝까지 만들고 싶어 회사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이번 코로나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을 혁신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기관은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이전에 같은 기술을 쓴 백신의 독성시험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새로 시험을 하면 6개월이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 미국과 영국도 같은 방법으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 속도를 높였다. 국내 임상시험 승인 속도도 빨라졌다. 신약 개발 제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남은 것은 투자다. 성 회장은 “코로나 대유행에서 보듯 이제 백신 연구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국방 개념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국방 예산의 10% 정도인 5조원을 매년 백신 개발에 투자하면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하고 동시에 새로운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